CHAPTER 01
기면증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기획된 이야기입니다. 2014년 4월 16일, 필자는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여기저기 떠들썩한 뉴스가 이어졌고, 한순간 박수가 나다가 이내 침통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날은 세월호 사건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목적은 없습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등장하는 사람과 사건은 모두 각색된 허구이며, 사실과 다릅니다.
기면증 또는 기면병으로 불리는 병은 단순한 수면장애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수라는 아이의 기면증은 보통의 기면증과 달랐습니다.
영혼이 몸이라는 물질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현상. 당사자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면 유체이탈이라 부를 만한 일이지만, 통제하지 못하고 기억도 남기지 못하면 불치병에 가깝습니다. 현수도 그랬습니다. 병명은 기면증이었지만, 실제로는 영혼이 몸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 병을 앓던 현수는, 어느 날 의식을 가진 채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자신의 시간줄을 보게 된 것입니다.
영혼은 빛과 같은 존재여서, 시간이 엮여 있는 지점을 알아보고 시공간을 마음먹은 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육체라는 물질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현재라는 시간만 삽니다. 육체에 묶이지 않은 영혼은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들이 겹쳐 있는 묶음을 보고, 그 시간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수는 그렇게 얻은 기억을 현실의 육체에게 옮기지 못합니다. 영혼이 다시 몸 안으로 들어오면,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봄이 오고, 현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됩니다. 4월에 있을 수학여행으로 모두 들떠 있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어느 예능 프로그램을 보시고 이 여행을 기획하셨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현수네 바로 옆집에 삽니다. 아파트가 아니라 기와를 올린 이층집입니다.
현수가 등교하려는데, 교감 선생님은 어떤 아이와 마당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학교로 갔습니다.
오늘은 봄 하늘이 맑게 빛납니다. 현수가 다니는 학교는 수원에 있는 단현고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합니다. 넓은 교정에는 다채로운 봄꽃이 피어 있고, 본관에는 큰 시계가 동그랗게 걸려 있습니다.
현수는 기면증 때문에 누구나 아는 학생입니다. 걸어가는 중에도 쓰러질 수 있어 특수 가드를 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그런 현수를 도와줍니다. 번거로워하지 않습니다.
모두 학교에 가기 위해 분주합니다. 선생님들에게도 신나는 새 학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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