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2
기간제 교사
김현주 선생님은 아직 사범대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어느 날 현수라는 아이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는 아직 중학생이었습니다. 현수는 선생님을 아주 잘 아는 듯 반갑게 맞았고, 현주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 아이는 수원에 있는 단현중학교 학생이었습니다. 아직 학생인 현주 선생님은 고등학교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었기에, 그 아이와는 연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꺼내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정확히 2014년 4월 16일, 배 사고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살리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고,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만남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은 차갑게 말했습니다.
"얘, 네가 만나자고 했지만 음료는 내가 산다. 오늘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겠고, 잘 가."
자리를 뜨려는데 현수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귀신처럼, 정말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나타나서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거기에는 번호 일곱 개가 적혀 있었습니다. 로또 번호였습니다. 그날은 마침 금요일이었고, 복권을 사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거와 같은 번호를 총 열다섯 게임 사야 합니다."
"아니, 한 장만 사도 1등인데 왜 열다섯 장이나 사야 하니?"
현수는 로또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복권은 당첨자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그 당첨자는 저랑 친한 친구의 아버지예요. 원래 그날의 당첨자는 단 한 명뿐입니다. 하지만 복권 때문에 친구의 아버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 때문에 제 친구는 고아가 됩니다. 이 복권은 선생님이 제 말을 믿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친구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해요."
현주 선생님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용지 세 장, 게임 수로는 열다섯 게임을 샀습니다. 로또를 파는 아저씨도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같은 번호를 왜 이렇게 많이 사나요?"
"꿈에 할아버지가 나와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간단히 대꾸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현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번호를 준 종이 뒷면에는 ‘내일 다시 올게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선생님은 수원 단현고의 기간제 영어 교사가 되어 학교로 부임합니다. 오늘은 개학일이라 모두 정신이 없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첫 교시가 있는 2학년 3반까지 동행해 주십니다. 교감 선생님은 그냥 봐도 인자하고 마음씨 고우신 분이었습니다. 조그맣게 콧노래를 부르시는 것 같았고,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가르침이 천직인 분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로 오신 김현주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현수가 있습니다. 지금의 현수는 그때 만난 그 현수가 아닌, 그저 평범한 아이입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학교로 부임한 현주 선생님은 대단히 용감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수에게 들은, 배에서 사고가 나면 해야 하는 행동 요령을 계속해서 연습했습니다.
사고가 나고 안내 방송은 각자의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지만, 그것이 가장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현수에게 들어서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배는 평형수를 채우지 않아 보통의 선박 사고처럼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는 게 아니라, 옆으로 기울어 많은 아이들이 죽는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마지막 이야기. 선생님이 이 학교로 부임하지 않아도, 모든 경우에서 정확하게 2014년 4월 16일에 돌아가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날의 로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려 15억에 가까운 금액이 당첨되었지만, 같이 당첨된 아저씨에게는 겨우 8천만 원 정도만 돌아갔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당첨된 돈은 아직도 한 푼도 쓰지 않고 통장에 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면, 그 돈은 부모님에게 드리는 선물이 될 것이었습니다. 로또를 산 이유도 현수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아버지에게서 커다란 뇌종양이 발견됩니다. 그 수술비와 재활 치료비로 많은 돈이 나갑니다.
모든 일은 변하지 않고, 천천히 선생님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따스한 봄바람은 처음입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죽는 날까지, 선생님은 아이들을 지키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