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
물리 선생님
한혜원 물리 선생님은 과거에서 현수를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말을 안 듣는 사람입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믿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방법이 생각나면 메모를 하고, 밤이면 우십니다. 그렇지만 운명을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고 다짐하십니다.
오늘은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입니다. 1학년 물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배울 예정이지만, 선생님의 수업 노트에는 여객선의 부력과, 사고가 났을 때의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먼저, 그 배는 여객선이 아니라 화물선으로 운행되다가 일본에서 수입되어, 여객과 화물을 함께 나르도록 개조되었습니다. 이 과정에 일부 공무원에게 청탁이 가기는 했지만,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노선이 오랫동안 운항되지 않고 있어서 정부도 이 노선의 여객선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시기가 잘 맞은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배를 개조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더 실을 욕심으로 객실을 많이 늘렸습니다. 당국에서 허가된 것보다 객실이 더 많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여객과 화물을 함께 다루는 일이 불법인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관련 법이 없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놓친 부분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배는 쌍둥이로 태어납니다. 일본 선주가 그 배를 싼값에 판 이유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쌍둥이 배는 이 배가 수입되기 얼마 전,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했습니다. 당시에는 화물선이라 선원 수가 많지 않았고, 생각보다 설계가 잘 된 그 배는 기울지 않고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전원 헬기로 구조되었습니다. 이유는 하부에 있는 평형수 때문이었습니다. 서른 명 가까운 직원이 모두 피할 수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일본 해상 당국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었고, 쌍둥이 배는 이름이 바뀌어 우리나라 한 해운사로 팔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배의 격벽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물이 차면 각 방이 물방울처럼 기포 구조를 이루어 부력을 갖고,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고. 그래서 선박 사고가 나면 객실에 있으면 안 되니, 모두 갑판으로 올라와 다음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배가 기운다고 바로 바다에 뛰어들면, 평균 0도에서 3도인 바닷물에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먼저 탈출 보트로 나가고, 남은 인원은 최대한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도 알려 주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을 수업한다며 궁시렁거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도 달래 가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한 선생님은 미래를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 사람 중 한 분이었습니다. 현수는 전체 인원 중 꼭 필요한 사람만 스물일곱 명을 만나 그날의 일을 세세히 설명했지만, 모두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았고, 현수의 말대로 시간선이 바뀔 정도의 큰 사건은 만들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도 그날의 사망자 중 한 사람이지만, 선생님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 남편과,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배 사고를 막고 살아나면, 그 두 사람은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운명은 피할 수도 없지만, 피하면 다른 사건이 일어나 숨통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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