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교감 선생님과의 만남
오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들어간 부분입니다. 오해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픽션입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소설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성토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프지만, 타이타닉호 사건 이후 세계적으로도 큰 여객선 사고를 겪었습니다. 수상 교통사고로서 뼈아픈 사고였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 때처럼 많은 부분이 고쳐졌는가. 정치적 목적보다는 사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작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개인의 생각과 상상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시간의 수정이 불러오는 무서운 결과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영화 《나비효과》를 보았습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시간의 변경이 낳는 나쁜 결과 때문에, 어머니의 태중에서 스스로 사라지기를 택합니다. 그래야 모든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건드린 일들은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 여동생이 사망하거나 친구가 크게 다치지만, 이 이야기의 현수는 모든 미래와 모든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 점을 고려하여 일을 하나하나 진행합니다. 우리의 시간선에서는 이미 일어나 버린 사건이지만, 현수의 시간선에서는 최소의 희생으로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현수는 사고가 나기 1년 전의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둘은 동네 뒷산 앞에 있는 작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현수는 기면증이 찾아올 때 자신의 몸에 빙의하여 교감 선생님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지금은 교감 선생님이 과거의 현수인지 미래의 현수인지 자연스럽게 알아보고, 둘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눕니다.
현수가 교감 선생님을 만나는 이유는 교감 선생님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사고가 있던 전날 저녁, 모두 피곤한 상태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7교시 정규 수업을 마치고 버스로 인천항을 향했습니다. 안개로 출항이 연기되자, 배 위에서 선생님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교사들끼리는 술 한잔을 기울이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밤 9시, 배가 스르르 후진을 하더니 제주도로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로 가면 30분이면 갈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교감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배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교감 선생님은 제주로 가는 배 여행을 고집하셨습니다.
모두 여행에 들뜬 마음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영향도 있었지만, 교감 선생님은 사건이 있고 나서 약간 늦게 일어나셨습니다. 배가 기울자 학생들을 인솔해야 한다는 마음도 잊으신 채, 바다를 헤엄쳐 주위에 모여 있던 어선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육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학생들 숫자가 생각보다 적은 것을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많은 학생이 구조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 생을 끊습니다.
현수는 그 일을 막고자 합니다.
교감 선생님이 현수에게 물어봅니다.
"우리가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 강원도 설악산이나 아니면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어떨까?"
현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실제로 교감 선생님은 그런 선택을 하십니다. 강원도로 간 여행에서는 고속도로 교각 아래 불법 주정차되어 있던 화물 트럭에서 큰불이 납니다. 그래서 교각 전체가 전소합니다. 하필 우리 학생들이 탄 버스가 교통 체증으로 그 교각에 갇히게 됩니다. 앞차부터 시작된 불은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고, 수많은 학생과 차에 탄 시민들이 사망하는 최악의 교통사고가 발생합니다.
우리가 수학여행 자체를 가을로 미룬 경우도 있었는데, 사고는 없었지만 나중에 큰 폭동이 일어납니다. 대통령께서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시는데, 프랑스 순방 중에 노동 개혁을 주장하던 마카롱 대통령을 향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호텔에 며칠 갇히시게 됩니다. 그때 어릴 때 트라우마가 깨어나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입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심지어 당대표에게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여전사처럼 씩씩하게 나서시던 분이 갑자기 공황장애로 방에만 계시게 되고, 그 계기로 국정 농단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민들의 시위가 일어나고, 어린아이 한 명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크게 다칩니다.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형 폭동으로 번지고,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세월호 사건은 무조건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혹시 사건이 일어나는 조건 중 몇 가지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선사에 요청해서 화물의 양을 줄이고 평형수도 채워서, 사건의 규모를 줄이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이 있지 않을까?"
현수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날 그 배에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손녀와 그의 친구 한 명도 타게 됩니다. 물론 그녀들도 사고에 휘말려 죽게 됩니다. 유족들의 시위로 배는 인양도 되지 않고 1년 이상의 시간을 끌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배는 바다와 뻘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시신이나 유류품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그냥 인양하면 배 밖으로 시신이나 유류품이 빠져나갈 수 있고, 그러면 뻘 속에 묻힌 시신을 찾는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 일로 러시아와 외교적 마찰이 생기고, 러시아는 강력히 항의합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전쟁으로 번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이동 발사형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것이 밝혀지고, 러시아는 북한을 지나 우리나라로 지상군을 보냅니다. 미국도 러시아의 행보에 미군을 파견하게 되어 전면전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배 사고가 나되, 러시아 소녀들은 살려야 하고 아이들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속에 잠재된 위험입니다. 사건의 일부일 뿐입니다. 뒤에 벌어질 수많은 일들로 사건이 어떻게 변할지는, 미래를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미래의 위험이 덮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을 작은 범위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분명히 사셔야 합니다. 약한 마음으로 생을 끊으시면 안 됩니다."
교감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와서 텔레비전을 켜자, 그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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